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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창의성 교육 (발산형 사고, 탐색 회로, 정원사 부모)

by yun46091 2026. 3. 10.

2025년, 챗GPT가 등장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제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오갑니다. "이제 수학 문제집 풀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솔직히 저도 아이가 구구단 외우는 모습을 보며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0.1초 만에 계산하는 걸 우리 아이는 30분씩 연습하고 있으니까요.

창의성 교육
창의성 교육

창의성의 핵심, 발산형 사고와 수렴형 사고

미국 심리학자 조이 폴 길포드(Joy Paul Guilford)는 창의성 연구의 선구자로, IQ와 창의성이 다른 개념임을 최초로 입증했습니다. 그가 제시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수렴형 사고(Convergent Thinking)와 발산형 사고(Divergent Thinking)입니다.

여기서 수렴형 사고란 주어진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논리적 사고 능력을 의미합니다. 반면 발산형 사고는 동일한 데이터를 보더라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유롭게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수학 문제를 보고 "답은 2번이야"라고 즉시 찾아내는 아이가 수렴형 사고를 잘하는 것이라면, "이 문제를 다르게 풀면 안 될까? 선생님 질문이 잘못된 거 아닐까?"라고 질문하는 아이가 발산형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제 큰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학교 숙제로 받은 문제집을 보더니 "엄마, 이 문제 답이 두 개일 수도 있지 않아?"라고 물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아이가 문제 자체를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발산형 사고를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입니다. DMN이란 우리가 특별히 집중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으로, 상상과 창의적 사고를 담당합니다(출처: 한국뇌과학연구원). 반대로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는 중앙 실행 네트워크(Central Executive Network)가 작동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은 이 두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전환하는 세일리언스 네트워크(Salience Network)가 발달했다는 것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아이가 집중력과 상상력을 번갈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레고 조립 설명서를 보고 따라 만드는 시간(수렴형)과, 설명서 없이 자유롭게 창작하는 시간(발산형)을 모두 주는 식입니다.

아이 뇌 속 탐색 회로를 키우는 법

창의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재능이 아니라, 꾸준한 탐색과 실패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져온 개념 중 하나가 '탐색-활용 균형(Explore-Exploit Trade-off)'입니다.

여기서 탐색(Explore)이란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행위를, 활용(Exploit)이란 이미 알고 있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농사에 비유하자면, 활용은 이미 개간된 논밭에서 정해진 방식대로 씨 뿌리고 수확하는 것이고, 탐색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땅을 찾아 새로운 작물을 심어보는 것입니다.

세상이 안정적이고 변화가 적다면 활용 전략이 유리합니다. 10년 전 공부법으로도 10년 후에 성공할 수 있다면, 검증된 학원과 문제집만 따라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AI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지금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는 탐색 전략이 훨씬 중요해집니다.

제가 직접 아이를 키우며 느낀 건, 부모가 너무 빨리 답을 알려주면 아이의 탐색 회로가 조기에 꺼진다는 점입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물을 때, "네가 한번 해봐"라고 답하는 게 처음엔 참 어렵습니다. 아이가 헤매는 모습을 보는 게 답답하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결책을 찾아낼 때, 그 과정 자체가 뇌 속 탐색 회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아이에게 실패 경험을 허용하는 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제 작은아이는 최근 블록 놀이를 하다가 자꾸 무너져서 짜증을 냈는데, 제가 거들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30분을 혼자 씨름한 끝에 탑을 완성했고, 그때의 성취감 넘치는 표정은 정말 잊을 수 없었습니다.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고프닉(Alison Gopnik)은 부모를 목수와 정원사로 비유합니다. 목수 부모는 미리 설계한 대로 아이를 깎아 완성품을 만들려 하지만, 정원사 부모는 아이가 잘 자랄 환경을 조성하고 지켜봅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단기적으로는 목수 부모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원사 부모의 아이가 더 창의적으로 성장합니다.

창의적 아이를 위한 실전 육아 팁

창의성 교육에서 부모가 피해야 할 행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너무 빨리 답을 알려주기: 아이의 탐색 회로를 조기에 종료시킵니다
  • 실패를 보며 즉시 개입하기: 실패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 자기주도성이 떨어집니다
  • 결과 중심 칭찬하기: "100점 맞았네"보다 "네가 혼자 풀었구나"가 낫습니다

제가 요즘 실천하는 방법은 '질문의 숫자 늘리고 설명의 숫자 줄이기'입니다. 아이가 "엄마, 이거 뭐야?"라고 물으면 "네 생각엔 뭐 같아?"로 되묻습니다. 처음엔 아이가 당황했지만, 이제는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고 설명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상 속 작은 탐험도 효과적입니다. 거창한 여행이 아니어도 됩니다. 동네 뒷산, 처음 가보는 공원, 새로 생긴 서점 등 아이가 호기심을 느낄 만한 곳이면 충분합니다. "오늘은 어디를 탐험해볼까?"라고 물으면 아이 스스로 목적지를 정하고 발견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솔직히 이런 방식이 항상 순조롭지는 않습니다. 제 아이도 가끔 "엄마가 알려줘"라며 떼를 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힌트만 살짝 주고 나머지는 아이가 채우도록 합니다. 육아 효능감이란 아이가 내 뜻대로 움직일 때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신호를 읽어낼 때 느껴진다는 걸 요즘 많이 깨닫습니다.

AI 시대에는 답을 잘 맞추는 능력보다,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부모 역시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아이의 변화 과정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씩 잎을 틀고 줄기를 키우듯, 우리 아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을 겁니다. 오늘 주말엔 아이에게 물어보려 합니다. "이번 주말엔 어떤 모험을 해볼까?" 그 작은 질문 하나가 AI가 대신할 수 없는 1%의 창의성을 키우는 씨앗이 되길 기대합니다.


참고: https://youtu.be/N8avAtJXpHg?si=Uqi6bBBXBX0ZE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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