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설마 그 정도까지야'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변호사 준비하던 후배가 로펌 신입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하소연하는 걸 직접 듣고 나니 이게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내 10대 로펌의 신입 채용 규모가 2년 전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건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 빈자리를 AI 법률 서비스가 채우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신입 채용 시장의 급격한 변화
미국 경제학회에서 나온 발표를 보면 로펌들이 신입 변호사를 뽑아 교육하는 대신 AI에게 법률 리서치를 맡기고 있다고 합니다. 신입의 진입로 자체가 막혔다는 뜻이죠.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미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회계법인 사정은 더 심각합니다. 소위 빅4라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들이 신입 채용을 30% 이상 줄인 건 이제 업계에서 다 아는 얘기입니다. 제 지인 중 회계사 준비하는 분이 "합격해도 갈 곳이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하던 게 기억납니다. AI가 수만 시간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수십 명의 회계사가 1년 내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으니까요. 회계사는 이제 숫자를 맞추는 기술자가 아니라 AI가 뽑아낸 데이터를 최종 판단하는 소수의 관리자로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컴퓨터 공학 전공자들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링크드인 데이터를 보면 2023년부터 컴공 전공자들의 취업 성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취업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인문학 전공자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게 충격적이죠. 생성형 AI가 코딩이나 시스템 설계를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니 기업 입장에선 비싼 돈 들여 신입 개발자를 뽑아 가르칠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내외 공공의료 기관들이 AI 기반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영상 판독을 AI에게 맡기고 있다는 건 이제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하는 이야기입니다. 환자 대기 시간은 줄었지만 의사라는 직업의 희소성은 예전 같지 않게 됐죠. 한국은행조차 의사를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으로 분류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신입들이 경험을 쌓을 사다리 자체가 끊어지고 있다는 게 진짜 공포의 핵심입니다. 예전에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면서 실력을 쌓고 베테랑으로 성장했는데, 이제 그 기초적인 일들을 AI가 가져가버렸으니까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으려는 청년들에게는 올라갈 사다리가 원천적으로 없어진 셈입니다.
클로드를 만든 앤스로픽의 CEO는 앞으로 5년 안에 신입 사무직의 절반이 AI로 대체될 것이며 주니어급 인력을 고용해 교육하는 기존 기업 모델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레벨리오랩스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미국 전체 신입 일자리 공고가 35%나 줄었다고 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대졸 신입 채용은 5년 전 대비 반토막이 났고요. 기업들이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걸 미래 투자라고 생각했던 시절은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과도기의 고통과 생존 전략
바로 대체될 직업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이 과도기에 엄청나게 고통스러울 거라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발전과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도태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죽지 않으려면 빠르게 자리 잡아야 하는데, 정말 무서운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채용 플랫폼의 설문 조사를 보면 졸업 예정자 10명 중 6명이 자신의 직업 전망에 대해 극도로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AI가 내 자리를 아예 없애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쏟아냈다는 건데, 이게 과장이 아닌 게 지난해 미국 20대 초반 대졸자의 실업률이 9% 초반대까지 치솟았다는 통계로 증명됩니다.
더 큰 문제는 취업의 문턱에 서기도 전에 이미 AI라는 벽에 가로막힌다는 겁니다. IT 전문 매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자신의 지원서가 인사 담당자의 눈에 띄기도 전에 AI 필터링에 의해 걸러졌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인사 담당자를 만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는 지원서는 전체의 21%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게 단순한 피해 망상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그대로 짓눌려야만 하는 걸까요? 다보스 포럼 보고서를 보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1억 7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일자리는 7,800만 개가 순 증가한다는 계산이죠. AI 때문에 멸종이 아니라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생존 키워드에 주목합니다. 첫째는 결과에 대해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역할입니다. AI가 판례를 1초 만에 찾아줄 수 있어도 그 판례를 바탕으로 한 선택이 누군가의 인생이나 기업 운명을 바꿀 때 그 법적 사회적 책임을 대신 져주지는 않습니다. 둘째는 인간의 신뢰와 공감을 다루는 서비스입니다. 고액 자산가의 자산을 관리하거나 복잡한 심리를 다루는 일처럼 사람 사이 유대감이 본질인 직업들은 AI 시대에 오히려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겁니다. 셋째는 물리적인 정교함이 필요한 현장 전문가입니다.
배관공이나 전기기술자를 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이게 굉장히 단순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해당 직군들의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수준이 아니라 너도 나도 하려고 할 것이고, 임금 평균 또한 내려가겠죠. 변호사는 미국처럼 이혼이든 소송이든 권하면서 수요를 창출할 수가 있는데 회계사는 정말 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PWC 보고서를 보면 AI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근로자는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56%나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같은 사무실에서 같은 직급으로 일해도 AI라는 도구를 쥐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통장에 찍히는 액수가 절반 이상 차이난다는 뜻이죠. AI는 평등한 기술이 아니라 가장 잔인한 양극화의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설마 하면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면 그땐 늦습니다. AI를 배척하고 나 잘났다 하는 사람은 결국 도태될 것이며 이젠 AI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엔 AI가 보조 도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어차피 다 대체될 텐데 무슨 의미냐는 허탄함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부리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앞서가는 시대, 그 변화의 흐름을 누가 먼저 올라타느냐의 싸움이 이미 시작된 것 같습니다. 판사 검사는 무조건 AI로 바꿔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최종 판단과 책임의 영역만큼은 인간이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방대한 자료 분석은 AI가 훨씬 효율적이겠죠.